청년을 위해 나라가 한다! 빵야빵야!

많긴 많은데, 영 쓸모가 없다.

이 중국집 메뉴 말고, 구직 지원 정책 말이다.

이 건물의 집주인들은, 본래 고시원으로 등록된 건물에 각 방마다 취사시설을 설치하는 등 원룸식으로 개조해 불법적으로 영업하고 임대해왔다.

신고는 고시원으로 해놓고 원룸처럼 개조해 운영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건물주 입장에서 이득이 됐기 때문이다.

ⓒ미스핏츠

즉, 비용/절차 면에서 훨씬 간단한 고시원으로 신고는 해놓고, 원룸식으로 개조해 세입자에게 원룸 값을 받아내며 운영해온 것이다.

개별 취사시설이 있으면 안되는 건물에 개별 취사시설을 놓은 게 문제

현행 건축법상 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는 고시원은 주거시설이 아니어서 공동취사장 외에 개별 취사시설을 갖출 수 없다. 좁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주로 목조로 지어져 있어 일반 주택보다 화재 시 크게 번질 위험이 높으며 대피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곳에 각 방마다 취사시설이 불법적으로 더해진 것이 ‘원룸식으로 불법개조한 고시원’이니, 화재 발생 가능성이나 화재 시 참사로 번지게 될 가능성은 훨씬 더 크다.

이처럼 안전 사각지대인데도 불구하고 불법개조 고시원은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 민원, 고소, 고발이 있어야만 단속 대상이 되기 때문에, 결국 1) 세입자가 주인의 눈치를 감수하고 지자체에 신고하는 경우 혹은 2) 소방서의 소방점검 과정에서 우연히 적발하는 경우에만 단속이 이루어진다.

위에서 언급한 고려대 원룸촌의 경우는 성북구 소방서에서 안전 점검을 나왔다가 건물이 불법개조된 것을 적발한 사례다. 안전점검을 나와 봤더니 서류 상으로는 고시원으로 등록된 사업장에 호실마다 취사시설을 갖추고 원룸으로 개조를 해서 불법적으로 영업, 임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속은 됐지만 단속만 됐을 뿐

이러한 불법건축물이 적발되면 관할 구청 등의 지자체에서는 건물주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다. 현행 건축법상 불법건축물로 적발된 건물주에게는 두 차례에 걸쳐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지고, 건물주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최대 50%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이행강제금, 물긴 물지만… / MakeShift Photography / flicker
피해사례가 발생했을 때, 집주인을 이행강제금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독서실로 해놓고 원룸 임대하는 게 발각이 되면 다시 독서실 형태로 복구하도록 순차적으로 강제금을 붙이는 거예요.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세입자네트워크팀장과의 인터뷰 中

하지만 불법개조해 얻는 임대수익이 이행강제금보다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끝내 원상복구를 따르지 않고 이행강제금을 지불하게 되더라도 집주인이 손해를 입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 서대문구 대학가 인근 원룸촌의 경우 교육연구시설을 허가받아 55가구의 원룸으로 임대해 연 2억5000만원 이상의 월세를 벌어들이지만 이행강제금은 3000만~40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이행강제금을 내고서라도 ‘버티기’에 들어가는 집주인들은 한둘이 아니다. 실제로, 2014년에 서울시가 적발된 불법건축물 전체 297건 가운데 원상복구된 경우는 75건(25%)인데 비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경우는 93건(31%)으로 높게 조사됐다.

세입자를 위한 구제책? 그런 거 없는데요

방 안에 설치돼있던 취사시설과 싱크대가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했던 세입자들, 원룸인 줄 알고 계약한 곳이 고시원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세입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미스핏츠

직접 부동산을 방문해 위 사례와 같은 경우 철거 기간 동안 세입자는 어디로 가야하냐고 묻자, 아주머니가 너무나 당연하단 듯이 전한 명쾌한 해답. ‘일주일 동안 다른 방 또는 여관에 가있으면 된다’였다.

건물주의 불법 행위로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 상황이지만, 사실상 이들을 위한 구제책은 전무하다.

“딱 하나 방법이 있어. 걔네는 법원으로 가야돼.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을 걸어서 민사상의 관계가 되는 거지.

– 서울시 서대문구 건축팀 관계자와의 인터뷰 中

결국엔 세입자와 집주인이 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입자 vs 집주인, 이길거라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입니다.

“원래 살던 중에 분쟁이 발생하면, 세입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이게 사적 관계로 싸우거나 이렇게 가야 하는 거거든요. 집주인도 억울해해요.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다 이런데… 이러면서요.”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세입자네트워크팀장과의 인터뷰 中

하지만 민사 소송으로 넘어가더라도 세입자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 임대 계약을 맺기 전에 건축물대장 점검 등 건축물 정보에 대해 확인해보는 것도 세입자의 의무로 보기 때문이다. 결국 민사소송까지 넘어가더라도, ‘세입자 넌 사전에 꼼꼼히 점검을 했어야 됐어. 하지만 넌 그러지 못했지!!’라는 소리를 듣게 될 가능성만 크다는 뜻이다.

세입자는 건축물대장의 ‘건물용도’ 란을 통해 해당 건물이 고시원용 건물, 즉 제2종근린시설인지 주거용 건물인지 확인할 수 있다. 즉, 내가 살고 있는 이 방이 고시원으로 등록된 불법개조 건축물인지, 주택으로 등록된 정상적인 건물인 건지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민원24 홈페이지의 메인화면 / 민원24 홈페이지 캡쳐

방법도 간단하다. 정보를 얻고자 하는 건물의 ‘주소’만 알면,  방문, 전화,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 누구나 + 실시간으로 건축물대장 열람이 가능하다.

자, 그럼 이제 주소를 알아내서 사전에 예방이라는 걸 해보자!!…는 fail

“다 부동산 믿고 하면 되고, 그렇게 방 돌면서 이것저것 따지고 그러면 방 못 얻어. 보증금 500만 원 갖고 그런 소리하면 큰일 나. 혼나. 집이 몇십 억씩 되는 걸로 갖고 있는 주인이, (학생들한테) 보증금 1-2천만 원 거는 건데, 이것저것 따지고 그러면 골치 아파서 안 해줘.”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인근 부동산 주인과의 대화 내용 中

지난 12월 29일,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인근에서 약 두 시간 동안 부동산 아주머니와 함께 대학가 원룸촌을 돈 뒤, 아주머니께 ‘아까 둘러본 방의 주소’를 물었다. 주소만 알려 달라는 요청에도 부동산 아주머니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고, 결국 원룸의 주소를 얻지 못한 채 부동산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미스핏츠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방 밖으로 쫓겨난 고려대 학생 100여 명. 방에 있던 취사시설이 철거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이들에게 “구청에 민원을 넣어! 그것도 안 되면 민사 소송을 걸어! 사전에 건축물 정보를 잘 알아봤어야지!”라는 조언은 어쩌면 가장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 구청에 민원을 넣어!

-> 구청에서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수밖에 없는데, 부과해봤자 집세로 벌어들이는 게 워낙 많아서 별 타격도 없고,

  • 그것도 안 되면 민사 소송을 걸어!

-> 민사소송 걸기까지 과정도 피곤한 데다 소송을 걸어도 세입자는 그다지 유리한 입장이 아니며

  • 사전에 건축물 정보를 잘 알아봤어야지!

-> 집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집주인 혹은 부동산 주인에게 물었을 때, 오히려 이들이 기분 나빠할 수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이니 말이다.

아니, 아주머니랑 같이 봤던 아까 그 집, 그 집 주소만 알려달라니까요? / cc by misfits

‘주택’을 가장한 ‘근린시설’ 고시원. 주택인 줄 알았던 내 방이 고시원의 형태로 ‘원상복구’되는 동안 거리로 나앉아 있어야 하는 청년에게 선택권은 없다. 처음부터 건물이 고시원 건물이라는 정보도 못 들은 채 계약을 해서는 안전하지 않은 건물에서 돈은 돈대로 내며 지내왔지만, 더구나 눈앞에서 방 안에 설치돼 있던 취사시설과 싱크대가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만, 피해자인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방을 알아볼 때부터 둘러본 방의 주소를 눈치껏 알아내 건축물 정보를 스스로 찾아보는 것, 취사시설과 싱크대 없는 방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며 당분간 지낼 방이나 여관을 제공받는 것이 최선이 되는 상황. ‘불법개조 건축물에 세들어 살아가는 세입자’들이 당장 겪고 있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