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집> 1. 안토니, 넌 어디서 섹스하니?

묻고 싶다, 안토니!

“ Hey, Korean! 설마 방음 되고 샤워 가능한 방 한 칸이 없습니까? (땀 삐질) “
(사진= CC By sk8geek, Flickr)

“헤이, 코리안, 설마 방음 되고 샤워 되는 방 한 칸이 없습니까?”

비루하지만 궁금하니까 묻습니다. 관처럼 좁은 고시원에서 잠드는 한국의 청춘 김씨. 그는 정말 그게 너무너무 궁금하니까요. “라면 먹고 갈래..?” 소리도 할 수 없는 청춘 박씨.  문득  부엌 없는 방에 누워있다가 이런 질문이 떠오르는 겁니다. ‘한국에선 다들 그냥 이렇게 살아. 그런데,딴 나라 청춘도 다 같은가?’ 그래서 묻고 싶어진 겁니다.

 “ 안토니, 너네는 대체 어디서 섹스하니?!?!”

라면 먹고 가라고 추파를 던질 수가 없습니다. 왜? 집에 부엌이 없거든요. 부엌만 없는 게 아니에요. 사람 둘이 들어오면 앉을 공간도 없습니다. 한국 청춘의 집엔 그런 여유, 그런 자유, 그런 사랑이 없습니다. ‘우리 집에 없는 게 니네 집엔 있나’ 궁금한 게 당연한 사람 마음이잖아요. 그래서 기웃기웃 살펴봤더니 아니 이게 웬일이래요. 우리랑 똑 닮은 부분들도 있고, 세상 천지에 어떻게  이런 집이 있고 이런 삶이 있나 싶은 것도 있더라는 겁니다.  미스핏츠 ‘청춘의 집’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세계의 청춘의 집을 돌아보고 청년 주거 문제 속으로 걸어들어가겠다는 야망. 우리는 이미 배낭을 싸기 시작했어요. 배낭 속엔 세계 지도가 있습니다. 취재할 때 쓸 수첩도 있고, 카메라도 챙겼습니다. 2달간의 사전준비를 통해 11개국 22명의 외국 친구들과 인터뷰도 마쳤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다 했어요. 가서  노숙할 일 생길까봐 침낭 아홉개도 구하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구요?

비행기 표값이 없다고 합니다.

(물론 다른 것도 많이 없습니다만…)

일단 비행기를 타야 안토니를 만나든 쭤링허우를 만나든 이토 다케시를 만나든 할텐데 말입니다…비행기가 기름이 아니라 열정을 먹었으면 이미 띄우고도 남았을 거에요. 가진 것도 없는데 이 무모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진짜 비루한 집에 사는 청춘 너무 많다!”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그럼 다른 집 어떤지 다 둘러보고 우리가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겠음 ㅇㅇ” 하고 싶어서요. 이 마음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후원으로 날 수 있는 곳까지 멀리 날아보려고 합니다.

돈이 모이는 만큼 더 멀리 취재하러 갑니다. 한국에서 시작한 여정이 한국에서 끝날 수도 있는 겁니다. 후원금이 더 모여서 560만원까지 달성되면 한국을 넘어 홍콩,대만까지 ‘청춘의 집’을 찾으러 갈 수 있어요. 후원이 더더 많이 모여서 1110만원이 달성되면 한국과 홍콩,대만 그리고 일본까지 4개 국가를 갑니다. 하나씩 플러스 되는 거죠.

그리고 클라이막스. 만약 후원금이 2110만원까지 달성되면 (지금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한국,홍콩-대만,일본,프랑스-스페인까지 6종 세트 ‘청춘의 집’ 이야기를 받아보실 수 있게 돼요. 각 나라를 선정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이 여섯 조각의 퍼즐이 맞춰져야 저희가 새롭게 상상하는 미래의 ‘청춘의 집’을 말할 수 있어요. 그 조각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습니다. (투비컨티뉴)

만약 목표모금액 560만원이 달성되지 못할 경우엔 청춘의 집 프로젝트는 한국에서의 이야기를 전하는 걸로 끝이 납니다. 그리고 이 돈은 한국에서 고군분투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필요한 취재비로 감사히 쓰겠습니다.  하지만 꼭 달성됐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가서 홍콩애한테, 대만애한테 묻고 싶은 게 겁나 많거든요. 뭘 묻고 싶냐구요? 그걸 말씀 드려야죠!

야, 왜 홍콩-대만, 왜 일본, 왜 유럽(프랑스-스페인)이냐?

미스핏츠가 이 나라들을 고른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하나씩 같이 보시죠.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대” -새둥지 운동 / 홍콩-대만의 혁명적 청년들

cc by Fred Huang, flickr

재벌들 사는 아파트 단지에 남의 동네 사람들 1,200명이 모였답니다. ‘주거권’을 외치기 위해서요. 대만 청년들, 진짜 사는 게 어마어마합니다. 어느 정도냐구요? 2014년 1분기에 대만 집값이 91.6%가 올랐답니다. 누구는 호화아파트에 살고 누구는 상자라는 비유도 사치고 거의 ‘서랍’같은 집에 살아요.

옆 동네 홍콩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홍콩 친구 W는 ‘홍콩 갈 생각하면 너무 싫다’고 하더라구요. “숨 쉴 공간도 없어서”랍니다. 홍콩의 아파트 월세가가 150만원. 어마어마하죠?

열심히 으르렁거리는 청년들이 있다는데, 그 삶이, 그 집이 궁금해서 대만-홍콩 한 번 가볼랍니다. 얼어 붙은 부동산 시장과 주거 양극화의 이야기도 낯설지 않잖아요. 답 없는 현실에서 대만과 홍콩의 청춘들은 어떤 답을 생각하고 있는지 들으러 미스핏츠가 가겠습니다.

“짱구네 집에 살려면 40년을 일해야지. 우리 청춘은 오시이레(벽장)에서 귀신이랑 잔다.” – 일본의 불쌍한 놈

CC By Takeshi Garcia, Flickr

한국 못지 않죠. 일본 도쿄, 1인 가구 사는 평범한 자취방의 월세만 100만원입니다. 손바닥만한 벽장 공간을 ‘방’으로 분양하기도 한대요. 한국의 대학가 ‘잠만 자는 방’과 닮은꼴입니다. 알바하고 월세 내고 프리터족으로 ‘현재’만 살든가, 끼리끼리 뭉쳐 좁은 공간에서 잘 사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그게 부동산 거품에 빠진 또 하나의 한국, 일본의 현재죠. 만화방에서 먹고자는 20대가 있대요. 알바로 번 생활비 태반을 주거비에 쓰는 20대가 있구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이 닮은꼴들. 그 혼란 속에서 누군가는 또 커뮤니티를 만들고, 새로운 ‘집’의 개념을 찾아 새시대의 부동산을 열고 있습니다. 그 부동산에선 평수를 말하며 집을 소개하지 않아요.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삶의 조건’을 소개하죠. 우리랑 비슷한 혼란 속에 있는 그들이 새로운 답을 말합니다. 그 혼란도, 답도 우리와 멀지 않으니까 우리는 불쌍한 일본놈들, 일본 청춘을 만나러 가야겠어요.

복지 천국? 복지 지옥?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유럽

프랑스는 당당해요. 국가에게 주택을 요구할 권리가 2008년 ‘주거청원권’이란 이름으로 제정되었습니다. 이런 뻔뻔한 소리가 나온 데는 다 이유가 있죠. 2000년대 중반 전까진 그들도 불안감에 시달렸대요. 프랑스15세 이상 남녀 1008명에게 ‘주거 불안감’을 물었습니다. 절반이 자신을 ‘일정한 주거가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답했어요. 불안감이 2007년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그게 바로  ‘돈키호테의 아이들’ 퍼포먼스였습니다.

2007년, Saint Martin 수도 변에 이루어진 '돈키호테의 아이들' 단체의 노숙자 퍼포먼스 / CC by Laurent GUEDON, flickr

생 마땡 수로를 따라 2백여개의 텐트가 섰고, 그들은 외쳤어요.

부동산 튀(가격)의 압력에 내쫓긴 가족 뿐만 아니라, 학생, 예술가, 월급쟁이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한 없이 오르는 월세와 임대료로부터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거주권을 줘야 한다.

프랑스 친구들은 나라한테 “내 집에 살게 내 세금 내놓아라” 외쳤어요.  그리고 6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그 곳에선 청년 주거를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그 ‘돈키호테의 아이들’을 만나러 가야겠어요.

스페인은 빈 집을 차지하고 나섰대요. 이 당돌한 놈들은 오꾸빠 (Okupa)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수많은 미분양 아파트처럼 아무도 못 사서(Buy) 아무도 못 사는(Live) 집들이 널려있었다네요. 그 공간을 헤집고 들어가 거기에서 정치적, 문화적 변혁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미친 자유로움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들이 만든 커뮤니티에선, 그 집엔 무엇이 있는지 관찰하고 묻고 훔쳐올게요.

다른 삶을 상상한다? 당신이 “어떻게”를 물으신다면

다른 삶을 상상하고 싶어요. 근데 몰라요. 본 적이 없으니까. 다르게 살 수도 있죠. 미래를 위한 상상이 가능해진다면 우리는 앞으로의 10년을, 20년을 다르게 설계할 수 있어요. 멀리까지 나가 새로운 ‘집’에 대한 상상을 배워올 거에요. 가서 ‘니들은 어떻게 그렇게 사냐’고 물으려는 거에요.

성급히 답하지 맙시다.

“부동산 거품 때문이니 일본처럼 힘들어질 거야. 답은 없어.”

“목소리를 내고 대만, 홍콩 청년들처럼 거리에 나와.”

“유럽을 봐. 답은 주거권을 기본 권리로 보장하는 거야. 복지가 답이야.”

당신이 이렇게 말해도 우리는 아무 말도 못할 거에요. 틀린 답은 모릅니다. 근데 맞는 답도 모르겠어요. 답은 앉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우리는 이 질문들을 배낭에 넣고 한 번 멀리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우리의 절망을 딛고 우리가 답을 찾겠습니다. 그 비루한 배낭에 컵라면이라도 하나 넣어주고 싶으시다면 그 마음을 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고추장 하나만 싸가도 좋으니까 가서 패기 좀 뿌려볼 수 있게 응원을 보내주세요.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조언만 하지 마시고 고생할 수 있게 고생비를 후원해주시라고 이렇게 겁없이 말합니다. 그 힘으로 비행기를 띄울 거에요. 그리고, 갈게요. 새로운 ‘청춘의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