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션의 핵심은 협업”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이현진 교수

어떤 사람은 이 수업을 들으면서 진로를 찾았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즐겜유저에서 아마추어 개발자가 되기도 하고요. 또, 어떤 사람들은 팀으로써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갑니다.

<게임디자인과문화>(이하 게디문) 수업은 연세대 전체에서도 가장 ‘빡센’ 수업 중의 하나로 꼽히지만, 수업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얻은 것이 많다’고 말합니다. 해마다 그 수업을 열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누구보다 학생들에게 늘 많은 것을 배운다는 이현진 교수님을 만나 봤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게임 관련 수업을 열게 되셨나요?

사실은, 다른 선생님이 시켜서 열었어요. (웃음) 미국 유학 시절에 게임 프로그래밍 수업을 듣고, 그 후에 뉴욕의 Game Lab이라는 게임 회사에서 컨셉 아트 디자이너로 방학 동안 인턴을 한 적이 있었어요. 어쩌다가 우리 대학교의 언론홍보영상학부에 계신 선생님이 그걸 알게 되시고, 연세대에 들어오자 마자 ‘게임 과목을 하나 맡아 보지 않겠느냐’고 하셔서 하게 됐죠. 일단 수업을 맡고, 한 학기 동안 게임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한 뒤 바로 다음 학기에 수업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2009년 2학기 때 처음 ‘게임의 이해’라는 수업을 열었어요. 그리고 그 이름으로 2010년까지 수업을 진행했죠. 그런데 수업을 하다 보니 이게 ‘게임의 이해’는 아닌 것 같아서, ‘게임 디자인과 문화’로 이름을 바꿨고, 2011년부터는 ‘게임 디자인과 문화’로 매 해 2학기 마다 수업을 열고 있습니다.

수업의 이름이 바뀌었다는 건, 커리큘럼도 바뀌었다는 이야기인가요?

첫 학기는 이제 오래 돼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연계해서 실제로 게임 산업 쪽에 계시던 개발자, 디자이너, 3D 아티스트 분들을 모셔서 특강을 많이 열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초창기에는 저도 함께 게임을 공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 그래픽과 프로그래밍을 접목한 커리큘럼으로 방향을 수정하게 되면서 과목 명이 바뀐 거죠.

게임을 실제로 제작하는 과정을 위주로 커리큘럼을 짜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이 수업 말고도 대학원에서도 게임 수업을 많이 맡고 있는데요, 지금 미디어 아트 전공 학생들과는 ‘게임과 미디어아트’라는 수업을 하고 있고, 언론홍보대학원에서도 ‘게임 미디어 그리고 문화’라는 수업을 1학기마다 1년에 한번씩 하고 있어요. 대학원 수업들은 사실 더 이론적으로 진행돼요. 매 주마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 관한 텍스트를 읽고, 관련된 작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걸 기반으로 본인의 작업과 게임의 요소를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즉, 게임 제작을 하기는 하지만 이론을 많이 검토한 후에 그렇게 하죠.

그런데 게임 이론들이 생각보다 복잡한 내용이 많거든요. 그래서 학부에서는 너무 지루하지 않도록 이론은 간략하게 배우면서, 인터랙션 디자인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자 했습니다.

요즘엔 비단 언론홍보영상학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인터랙션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미래의 진로와도 관련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 인터랙션 디자인에 대해서 수업을 할 때 인터랙션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게임을 통해서 가르치는 게 저의 가장 큰 목표에요. 즉, 게임을 통해서 인터랙션 디자인에 한 번 접근해 보는 거죠. 그래서 학생들한테는 ‘실제로 만들어 보면서 경험하라’는 의미에서 제작을 많이 시키게 되는 겁니다. 인터랙션 디자인이라는 건 이론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거거든요.

올해는 특히 수업에서 게임 개발 엔진으로 유니티를 사용했는데요, 이전에도 유니티를 사용하셨나요?

작년까지만 해도 어도비 플래시를 사용했었죠. 일단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애니메이션을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적합한 툴이 플래시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코딩이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Line-by-line 코딩에 입문하기가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었죠.

사실은 작년부터 조혜경 조교가 유니티를 하자고 했었어요. 그리고 올해 저에게 유니티를 하자고 설득을 하더군요. 조교의 말도 일리가 있고, 최근 외국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아트를 가르치는 학교들도 유니티를 많이 쓴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유니티를 수업시간에 활용하게 됐고, 저도 유니티를 잘 몰랐기 때문에 실험적인 면이 없잖아 있었죠. 그래서 이번 학기에 토요일마다 유니티 워크샵을 열기도 했었고요. 그렇게 같이 배우는 거죠. 유니티를 써 보니, 물리 엔진이 들어가서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이 수업은 특이하게 조모임 구성원을 세 번이나 바꾸는데, 그렇게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조는 운이에요. 저도 학생 때 조모임을 해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학생들에게 어떤 하나의 조를 만들어서 한 학기 동안 같이 가게 하는 것은 어떤 학생들에게는 운이 좋고, 어떤 학생들에게는 운이 나쁘겠다는 생각을 해서 조를 프로젝트 별로 바꾸지요.

또, 그룹 안에서의 일을 분배하고, 협력하고,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갈등을 겪으면서 협업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게디문에서는 팀별 과제뿐만 아니라 개인 과제를 통해서 모든 수강생들이 코딩을 최소한 이해는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뭔가요?

게임을 포함해서, 인터랙션 디자인의 핵심은 협업이라고 생각해요. 즉, 디자이너, 기획자 그리고 프로그래머가 분리돼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닌 경우가 많은 거지요. 서로가 서로를 알아야지 시너지가 발휘되는 경우가 훨씬 많고요. 프로그래머는 디자인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기획하는 사람들도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을 알아야 하고, 디자이너도 프로그래밍과 프로그래밍의 프로세스, 프로그래머의 고민에 대해서 알아야지 서로가 커뮤니케이션이 쉬워져요.

그래서 모든 학생들이 아주 능숙한 프로그래머가 되지는 못해도, 공동 작업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작업에 대한 기본은 공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말로 하면,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개념과도 얽힐 수 있겠지요. 프로그래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코딩을 이해하는 것도 디지털 리터러시의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014학년도 2학기부터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 소프트웨어 부전공이 생긴 것도 그 일환이라고 보고 있고요.

실제로 가르쳐 보면,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꽤 잘 따라와요. 그 전까지는 디자인이나 프로그래밍을 해 본적 없는 학생들에게 그래픽을 가르치고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면 그 친구들이 만들어 내는 게 훨씬 다양해져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 디지털 기기, 매체 등과 이것들이 만들어내는 맥락(context)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

수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면?

별로 없어요. 어려움은 없고, 사실은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다는 생각은 해요. 그런데 학생들이 다들 아무 소리 안 하고 따라오니까? 그래서 ‘어려움이 예상은 되나 별 어려움 없이 따라오고 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전혀 어려움 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웃음)

게디문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계신가요?

게임을 통해서 만들어진 인터랙션은 굉장히 풍부한 인터랙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에서 첫 번째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빅게임 프로젝트도 그렇고, 나머지 두 개의 디지털 게임 프로젝트도 그렇고요. 경험 디자인이라는 것을 추상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죠.

예를 들면, 빅게임을 진행하면서 나와 모르는 사람이 가까이 있는 경험을 하잖아요. 그게 어쩔 때는 어색하고 어떨 땐 어색하지 않게 해결되는가를 직접 느끼고 디자인해 보는 거죠. 그런 경험이 다른 것을 통해서는 쉽게 전달되지 않지만, 게임을 통해서는 쉽게 전달되거든요. 그렇게 배운 것들을 어떤 분야의 프로젝트를 하든 간에 기억을 해 냈으면 좋겠다는 것, 그게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점이에요.

얼핏 듣기로는 게디문을 듣고 진로가 바뀌어서 게임 회사에 취업하게 된 분들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어떤 경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몇 년 전이었는데, 한 친구가 게디문을 듣고 나서 다음 학기에 학교에서 마주쳤는데, 휴학했다고 하는 거에요. 갑자기 게임 아카데미를 들어갔대요. 게디문을 듣고 나서 이 길이 재밌는 것 같아서 게임에 대해서 새롭게 배우려고 그랬다고.

수업 듣고 나서 창업을 한 친구들도 있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되게 엉뚱한 전공에서 게임 회사를차린 거죠. 컴퓨터 공학과나 경영학과가 게임 회사를 차렸다면 이해가 되지만, 언론홍보영상학부에서 게임 벤처를 만들었다니까. 그런 소식들을 접하게 되면 일종의 책임감을 느낍니다. 괜히 부모님에게 잘못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