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디문 전체 조모임 중에서도 가장 하드코어했던 조모임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두 번째 프로젝트의 2조. 5명의 파티원들은 밤샘 조모임 두 번과 수없는 패치, 수정을 거쳐 <운수 좋은 날>이라는 멀티 스테이지의 뉴스 게임을 만들었다.
사진에서 등장하는 순서대로, 코딩의 ㅋ도 몰랐다가 코딩왕으로 등극한 여정욱, 디테일에 집착하는 디자이너 및 조장 유재상, 현진건 오덕이라는 스크립터 및 서브 코더 윤형기, 생과대 출신의 하드캐리 디자이너 임한나, 그리고 인류학과지만 정신차려보니 디자이너였던 정세윤이 함께 했다. 개인 인터뷰와 겹치는 사람이 있는 건 넘어가자
재상: 우리는 안전불감증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사람들이 어떻게 평소에 위험을 … 아, 뭐라고 하지?
형기: 위험이란 것 자체에 대해서 구조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어떻게 위험이 발생하고 있고, 그것에 대한 경각심도 기르고, 뭐랄까 문제 제기도 하고 싶어서 이 게임을 만들었다.
세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차용했다. 주인공은 김첨지를 현대화시켜서 김대리로 결정했다. 김대리가 임신한 아내를 위해서 설렁탕을 사서 집에 무사히 가는 게 게임의 목표다. 전체 게임은 크게 스테이지 네 개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 클리어 방법이 다른 미니게임들이다. 그러니까 거의 네 개의 다른 게임을 만든 셈이다(…).
각 스테이지에서는 최근에 터졌던 안전 사고 혹은 이슈들을 풍자하려고 했다. 예를 들어 김대리가 설렁탕을 사기 위해 들어가는 종합 몰은 제 2 롯데월드를 빗댄 것이다. 천장에서 천장 파편들이랑 볼트, 너트가 떨어진다. 물론 게임적인 과장은 좀 있지만.
형기: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애정도 있었고, 이 사람들이라면 더욱 열심히 할 수 있겠다는 결심이 첫 조모임 때 뙇 서던데.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
한나: (한 쪽 입꼬리를 끌어 올려 웃는다)
형기: 야, 비웃지마.;;
한나: 비웃는 거 아니에요.
형기: 일단 나는 아니다. 나는 얇고 넓게 게임을 즐길 뿐이다.
한나: 나도 겜덕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열심히 했던 인생의 게임이라고는 퀴즈퀴즈 플레이 밖에 없다.
정욱: 나는 대학 와서 롤밖에 안 해서. 그닥 겜덕은 아닌 것 같은데?
형기: 사실 눈에 뵈는 게임들은 다 해 본 것 같기는 한데. (…)
형기: 그렇다.
재상: 우리 조는 처음에 기획한 거랑 정말 비슷하게 나왔다. 비슷하게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많은 걸 기획하다 보니까 버거운 감이 있긴 했는데 그래도…
정욱: 그래서 내가 다른 조에 있는 친구들에게 하소연 하나도 못 했어. 그 기획 내가 해서(…) 내가 했지만 기획한 내용이 너무 많았지…(식은땀)
한나: 우리 조는 항상 모이면 항상 막차 타고 그랬다.
정욱: 아니야. 막차 두 번 첫차 한 번 탔어. (…)
한나: 덕분에 조원 중에 세 명이 수업을 못 갔다. 물론 그 와중에 정욱오빠는 갔다.
한나: 항상 막차를 타고 집에 가다 보니, 다들 집에 가서 자연스레 배고파질 시간이었다. 사실은 늘 막차 탈 시간 즈음에 나와서 같이 치킨을 먹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집에 가서 속을 라면으로 달랬지 싶다.
한나: 진짜 어렵다. 게임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 하나 하나에 손길이 가고, 그런 거 때문에.
형기: 나는 원래 게임 기획자를 지망하고 있다. 그래서, 입사 지원서도 작성해 보면서 기획서도 써 보고 했지만, 그냥 기획만 작성하는 것과는 다르게 내가 실제로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니까 훨씬 복잡한 요소들이 많았다. 팀원들끼리 오고 가는 이야기도 반영 해야 하고.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게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많이들 하지 않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내 의견과 조합을 하고, 의견을 녹여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실감했다.
형기: 그렇다. 게임 기획자의 실제, 그 중에서도 커뮤니캐이션의 중요성을 매.우. 체감할 수 있었다.
형기: 그거랑 커뮤니케이션이랑은 별개인 것 같기도 하다(식은땀). 여튼 직접 게임을 만들어 보니 만드는 과정 하나 하나에 프로그래머들의 영혼이 녹아 들어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재상: 사실 나는 기획 입장은 잘 모르겠고, 디자인을 주로 이번에 했었다. 해보니까 게임을 만들 때는 확실히 뒷심이 좋아야 하는 것 같다. 처음에 이것 저것 막 짰었는데, 그 기획한 걸 끌고 나가는 것도 엄청 중요한 것 같다.
정욱: 나 같은 경우엔, ‘역시 게임은 그냥 플레이하는 게 최고고, 만들 생각 따윈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정욱: 정말. 정.말. 사람 간단히 움직이는거, 누르면 이렇게 저렇게 되는 거 하나 하나 세심하게 프로그래밍이 되야 한다는 걸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매우 느꼈다. 사실 모바일에서 별로인 게임도 많고 그냥 게임들도 엄청 쏟아져 나오지 않나. 우리가 봤을 때 별로인 게임도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는 걸 알 게 됐다.
(일동, 말없이 정욱을 가리킴)
형기: 이게, 사실, 일부러 일을 많이 하라고 한 건 아닌데, 약간 저 사람이 하지 않으면 안 됐던 그런 상황이다.
한나: 게다가 정욱 오빠가 마음에 찰 때까지 장인 정신? 비슷하게 꿋꿋이 해야 한다는 그런 나름의 철학(!)도 있으신 것 같기도 하고
정욱: 나는 취미 삼아서? 아마? 이번에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생각하고 내가 코딩하는 것들을 내가 못 그리는 게 짜증 나서 겨울방학에 일러스트레이터랑 포토샵 배우는 학원 다닐 거다.
형기: 또 만들 기회가 있고, 또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재상: 또 만들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다. 그때는 디자이너 말고, 옆에서는 딴지 거는 역할로…
한나: 나도 시간이 좀 많으면 계속 디자인을 하고 싶다. 사실 시간만 좀 더 많으면 더 정성스럽고, 내 마음에도 드는 그런 그래픽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