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발전은 상상 그 이상”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정새해, 조혜경 조교

저기효, 제가 포토샵도 못하고, 일러스트레이터도 못하고요, 코딩이라고는 인생에서 한 줄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러면 <게임디자인과문화> 수업을 듣지 못하는 건가요?

전-혀 아닙니다. 수강생들은 학기 중 중앙도서관의 멀티미디어 강의실을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게임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의 핵심 툴인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유니티를 배우게 됩니다. 정새해 조교님과, 조혜경 조교님께요.

정새해 조교님은 3년 째, 조혜경 조교님은 2년 째 <게임디자인과문화>(이하 게디문)의 조교를 맡아 수강생들에게 그래픽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의 기초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새벽의 코딩 멘붕 메일에 답하는 등 수업의 진행과 수강생들의 과제 완성에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조교님! 개인 과제와 팀 프로젝트가 밀려오면서 새벽의 코딩 멘붕 메일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하던데요.

조혜경 조교(이하 조): 답해주긴 했는데, 그렇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다 알려주려고 하면 옆에서 오빠가(조혜경 조교님의 남편 – 역시 개발자로, 학기 중 토요일에 진행한 유니티 워크샵을 담당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런거 왜 다 알려줘. 그냥 찾는 방법 알려줘”라고 이야기 해서 그냥 찾는 방법만 알려 주고 그랬죠.

마법의 비밀은 가르쳐주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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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조교님이 그래픽, 혜경 조교님이 프로그래밍 담당인데 둘 다 학부 때 전공이 그 쪽이셨던 건가요?

정새해 조교(이하 정): 저는 순수 예술 쪽에 미술 백그라운드가 있고, 비디오 아트, 퍼포먼스 쪽을공부 하다가, 이현진 교수님께 인터랙션 아트, 미디어 아트를 배우게 됐죠. 원래 그래픽 디자인 전공은 아닌데, 교수님이 이 쪽을 한 번 ‘가르칠 수 있게 해 보라’고 하셔서 그래픽을 공부해서 가르치게 됐고요. 그래서 그래픽 디자인에 대해서 많이 알거나 그러지는 않고요, 수업 시간에 보여 드린 그게 다에요(웃음). 혜경 조교도 서양화 전공을 했고요, 저는 판화 전공이에요.

: 다시 태어나면 공대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러면 혜경 조교님은 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나서, 언제 개발의 세계로 뛰어들게 되신 건가요?

조: 연애를 하고 나서요(웃음). 인도 봉사활동을 가서 만났죠. 오빠가 학부를 졸업하고 나서 서울대 뉴미디어랩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야 이거 너무 재밌다’고 하면서 저를 조금씩 끌어 당기는 거에요.

원래도 둘이 게임을 되게 좋아했어요. 데이트도 플스방, 피씨방 가고, 음성채팅 하면서 게임 하고. 그러다가 전국 대학생 게임 공모전 같은 게 있었어요. 거기서 제가 그림 그리고 오빠가 코딩하면서 일주일 밤 새서 게임을 만들었는데, 그게 2등 한 거에요. 그래서 ‘오, 이거 좀 재밌는데?’ 싶었죠.

그러고 나서, ‘넌 그림만 그리지 말고 코딩도 한 번 해 보라’고 해서 유니티도 공부하게 됐고요. 오빠는 공대지만 예술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고 생각을 하고, 저도 그림 그리지만 그런 걸 좀 맞춰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서로 반대 분야에 대한 공부를 했어요. 지금은 만난 지 6년 됐어요. 꾸준히 같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 한계가 진짜 많았어요. 공대 출신이면 뭔가 빨리 빨리 습득할 것도 저는 너무 어렵더라고요. 수학도 모르고, 물리도 담을 쌓았고… 오빠가 “너 사람으로 태어나서 미적분 할 줄 몰라?7차 문돌이는 부들부들 그러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공부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지금 인터뷰어의 상태.jpg
지금 인터뷰어의 상태.jpg

새해 조교님은 원래 게임을 많이 하시나요?

정: 아니요. 아, 맞아. 나 캔디 크러쉬는 잘해요. 레벨 200몇까지 갔어요.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주변에 하는 사람이 없어서. 게임을 원래 좋아하고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이 수업을 듣는 교실에서 유일하게 겜덕이 아닌 분 일수도(…)

정: 그게, 이번 학기에 유독 정말 게임 잘하는 애들이 많이 모였어요. 게임의 이기는 전략을 분석하는 사람도 있고, 저번 시간에 <살려달라곰>을 학생들이 나와서 시연하는데, 애들이 다 장난 아니더라고요. 이번 학기는 유독 심한 것 같아요.

이번이 정말 많이 그런 것 같고, 자존심이 있는 친구들이 모이는 듯한 느낌이랄까? 막 게임만 하면 눈빛이 달라져.

조: 저는 캐주얼 게임은 별로 안 좋아하고, 콘솔 게임을 주로 해요. FPS 좋아하고, 롤플레잉 요소도 있어야 하고요. <디아블로> 같은 게임 완전 좋아하고요. 저희 집에 플스 두 대 있어요. 주말에 같이 게임하고 그래요.

: 혜경이 석사 때 게임 클리어하느라 학교를 며칠 안 나온 적도 있어요..

조: 디아블로 3 나왔을 때 오빠랑 둘 다 60 찍고 학교 나갔어요.

남 얘기가 아닙니다
남 얘기가 아닙니다

어… 역시 덕후 위에 덕후라는 느낌이랄까. 여튼 그렇습니다. 조교님 두 분은 최근에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정: 저는 게임의 유희성이나, 게임적인 특징들. 절차적으로 진행되는 어떤 수사학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부분들에 관심이 많아요. 또 다른 관심사는 교육 쪽에 있고요. 이제 아이들이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완전히 디지털 기반 사회니까, 코딩 교육이 필수잖아요. 영국이나 미국도 또 코딩 교육이 수업 시수에 들어가 있고.

전 미디어아트 쪽에서 교육으로서의 코딩 교육이 아니라 창작 차원의 코딩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코딩을 배워서 그걸 기반으로 뭔가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거죠.

조: 오빠랑 같이 ‘더티 독’ 같은 게임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어요. ‘더티 독’ 스튜디오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예술적인 게임을 만드는 걸로 유명해요.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영화 마냥 예술 감독이 있고 사람들이 연기를 하고 그래요. 딸이 죽는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이틀 동안 한 장면만 찍고요. 사원들이 롤러스케이트 타고 청바지 입고 다녀요.

저는 거기서 만들어진 게임을 하고 게임이 영화보다 더 뛰어난 인터랙티브 예술이 될 수 있겠다고 처음으로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 게임 스튜디오를 차리는 게 지금 꿈이죠. 아직은 준비 단계고.

마지막으로, 이번 학기 ‘게디문’의 조교를 하시면서 느낀 소감이 궁금합니다.

정: 학생들의 열정에서 오는 어떤 감동 같은 게 있어요. 학생들이 정말 기적을 만드는 것 같거든요. 그걸 첫 해에도 느꼈고, 작년에도, 올해에도 느껴요. 해마다 더 놀라고요. 너무 기특하고,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없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답니다.

조: 항상 기대를 이만큼 하면, 항상 학생들이 이만큼 더 해요. 이런 수업이 한국에서 어디에서도 전문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잖아요. 저는 이런 수업이 계속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워낙 학생들이 잘해요. 놀라울 정도로. 다들 열심히 하고. 게디문에서 프로젝트 하나 굴려 보면 본인이 어디 나가도 뭘 해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수업을 통해서 게임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이제 10년안에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뀔 거에요. 세계 온갖 기업이랑 나라가 게임 산업에 투자를 하는데, 우리나라만 지금 게임을 마약 취급하잖아요. 그렇지만 곧 그 인식도 바뀔 거에요. 학생들이 게디문을 듣고 나서, 게임을 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가지고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언제나 학부 강의를 가면 기분이 엄청 좋아요. 너무 열심히 수업을 들으니까. 늘 더 알려주고 싶고 자료 퍼주고 싶고, 오히려 저희가 많이 배우고 그래요.

언젠가 마약이 아닌 문화로 인정받을 그 날을 기대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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