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기획이라 정말 미안하다!”

임경환 (경영학, 09학번)

리그 오브 레전드 브론즈 티어에 빛나는 피지컬이지만 그의 입은 게임에서도, 현실에서도 언제나 살아 있다. 프로젝트에서 주로 (입)기획자를 맡았던 아이디어 뱅크, 임경환씨를 만나 봤다.

반갑다. <게임 디자인과 문화>(이하 게디문)는 왜 수강하게 됐나.

졸업하려면 3천 단위 수업을 들어야 했다. 뭔가 전공 말고 재미있게 들을 만한 3천 단위의 수업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시간표도 맞고 게임 자체에 대한 관심도 있는 편이라서 그냥 들었다. 그게 이렇게 하드코어한 수업일지는 그 당시에는 물론 상상도 못했다.

3천 단위 수업 : 연세대학교 과목 중 학정번호가 3000대인 수업으로, 3학년 이상 학생들에게 권장되는 수업

이번 학기의 게디문은 유독 진성 겜덕의 집합이라고 하는데, 본인은 겜덕인가.

매우 라이트 유저라고 자신한다. 엔딩을 본 게임이 몇 개 없다니까. 위키니트이지 겜덕은 아니다. 인생 게임을 꼽자면 역시 와우(WoW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군대 가지 전까지만 해도 와우를 한창 했었다. 그런데 피씨방에서 30시간 연속 접속 경고를 보고 이렇게 살면 안되겠구나, 싶어서 군대 다녀 온 후로는 와우를 접었다. 솔직히 와우저인데 만렙 캐릭터 하나 밖에 없는 정도면 라이트 유저 맞지 않나.

와우저들의 영원한 아이돌
와우저들의 영원한 아이돌
위키니트 : 인터넷 서브컬쳐 위키인 리그베다 위키에서 글을 읽거나 쓰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쉬지 않고 30시간동안 게임하면 폐인이지 라이트 유저인가. 넘어가고 게디문 조별 프로젝트에서는 주로 무슨 역할을 담당했나.

주로 입을 담당했다. 발표 및 기획, 디렉팅 정도까지? 사실 그래픽이나 개발이나 실제 제작에 관련된 일들은 할 줄 아는 게 없다.

왜 그 역할을 맡게 되었는지?

아무래도 그래픽이나 코딩 관련해서는 나보다 잘하는 분이 항상 계셨다.

조모임 운이 좋았나보다(부들부들).

대신 나는 머릿속으로 기획을 할 줄 아는 능력은 있는 것 같아서, 약간의 비교우위로 자연스럽게 기획 일을 하게 된 거랄까? (웃음) 결론은 입기획이다.

마법의 짤방 by 원사운드
마법의 짤방 by 원사운드

개발자 거품 무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튼 그룹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뭔가?

전부 다 기억에 남는다. 특히 빅 게임 프로젝트를 할 때, 게임의 소품으로 쓰이는 옷이라던가 주사위를 밤새워 만들던 기억이 난다. 평소에도 수공예에 관심이 있어서 바느질을 좀 하는 편이다. 조원들과 함께 10시간동안 밤새서 바느질을 했다.

사진 속의 쿠션 주사위가 문제의 그것
사진 속의 쿠션 주사위가 문제의 그것

그래도 그 정도면 민폐 입기획은 아닌 것 같다. 수업에서 실제로 게임을 만들어 보니,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 있었나?

일단 기획을 주로 맡다 보니, 기획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할까(웃음). 머릿속에는 그야말로 꿈과 환상의 판타지 세계가 펼쳐져 있는데 막상 결과물을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더라. 그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인정하고 타협하는 게 힘들었다.

게디문을 들으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을 꼽겠나?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게 정말 큰 것 같다. 또 경영학도로서 스타트업 창업을 하면 기획-디자인-개발의 프로세스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게 된 계기가 됐다.

반대로 게디문을 들으면서 잃은 것이 있다면?

건강. 꼭 이것 때문은 아닌데 아무래도 밤샘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밤낮이 바뀌면서 생활리듬을 잃어버렸다. IT 업계의 직업병이라는 밤낮바뀜을 간접 체험한 느낌이다. 그리고 야근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 하하. (영혼없는 웃음)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수업을 한 학기 동안 들으면서 느꼈던 간략한 소감을 말해 달라.

나는 꼭 게임 회사가 아니더라도, 기획이나 전략이라는 직무에 관심이 있다. 게디문을 들으면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에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제시를 해줘야 내가 생각한 것과 최대한 가깝게 전달이 되겠다는 걸 알게 됐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