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니 내가 한다.”

여정욱 (신문방송학, 09학번)

학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무엇을 잘 하는 지 모르겠다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그는 학기를 마친 후 그 이름도 찬란한 ‘올 인 원’이 됐다. 게임 디자인과 문화 수업을 듣기 전까지 코딩 한 줄 해 본 적 없는 여정욱씨 이야기다. 입기획에서 만능 개발자로 진화한 그를 만나 봤다.

신방과 전공인데도 신방과 학생이 참 드물다. 이건 전공이라 듣게 된 건가?

같은 과에 학점이 매우 좋지 않은 친구가 있다. 얼마나 안 좋냐면, 평량평균이 3점이 안 된다. 그런데 걔가 게디문에서 A+을 받았다고 해서 ‘이거다!’ 싶었던 거지.

솔직히 좀 황당하다. 지금도 ‘이거다!’ 싶나?

영 아닌 것 같다.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유독 이번 학기에 겜덕이 많이 모인 것 같다는 조교님들의 증언이 있었는데 본인은 겜덕에 해당하나?

게임을 어느 정도 해야 겜덕인가?

이 수업에서 만난 모든 겜덕들이 꼭 저 질문을 한 번씩 하더라. 마치 본인은 아니라는 듯이.

그냥 게임은 적당히 좋아한다. 일에 우선 순위가 있어서 일단 게임보다 바쁜 일이 있으면 안 하고, 조모임 없을 때는 미친듯이 한다. 단 게임에 돈 쓸 때는 별로 신경 안 쓴다. 쓰고 싶으면 쓰는 거지. 골프 치는 사람들이 골프채에 몇 백만 원 쓰듯이, 본인의 취미생활에 투자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이 봤을 때 그런 경우를 겜덕이라고 한다. 아무튼 미친듯이 했던 게임 중 기억에 남는 걸 꼽자면?

태어나서 가장 오래 한 게임은 <워크래프트 3>의 카오스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시작해서 대학 들어올 때까지 했으니까.

피씨방에서 삼삼오오 이걸 하던 시절이...
피씨방에서 삼삼오오 이걸 하던 시절이...

그러면 게디문의 꽃인 조별 프로젝트 이야기를 해 보자. 주로 조별 프로젝트에서 무슨 역할을 맡았나.

이것저것? 디자인은 입으로 했지만 기획과 개발은 손발 다 써서 했다. 주로 디자이너들을 괴롭히기는 했다.

아무튼 디자인 빼고 다른 일은 다 했다는 거 아닌가? 쉽지 않을텐데 그 중에 특히 개발의 루트로 빠지게 된 사연이 궁금하다. 듣기로는 이번 수업에서 처음 코딩을 접했다는데.

첫 번째 유니티 게임 프로젝트 당시 다른 조에는 코딩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한 명씩은 있었는데 우리 조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조모임을 할 때 기획 과정에서도 열심히 의견을 표출하고 디자이너들이 캐릭터나 스프라이트 찍을 때도 옆에서 열심히 참견하긴 했는데, 프로젝트에 뭔가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개발자가 없다 보니 집에서 인터넷 찾아 보고 책 사서 보면서 개발자 역할을 맡게 됐다.

스프라이트 : 2D 게임에서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동작을 한 프레임씩 그려 모아 둔 그래픽 소스. 주로 배경과 분리된 캐릭터나 오브젝트를 표현한 것을 이른다.

코딩은 어떻게 공부했나?

주로 책에 있는 예제들을 따라서 만들어보고, 개인 과제 할 때에도 여러가지 실험을 해 봤다. 조모임때 필요할 것 같은 코드들은 미리 찾아서 개인 과제에 스크립팅하는 식이었다.

게디문에서 개발자로 렙업 한 다음에 다른 수업에서도 게임을 만들어서 조모임을 하드캐리했다는 소문이 있다.

하드캐리는 무슨… 그냥 한 것 뿐이다. ‘광고의 이해’ 수업에서 FedEx 광고를 게임으로 만들어서 발표했다. 개인과제에서 썼던 코드들을 많이 재활용하고 플래피 버드 등의 코드도 활용해서 <던져진 페덱스 박스>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FedEx의 직원들이 트럭에 택배 물품을 던지던 것이 보도된 사건에 대해 대표가  ‘용납할 수 없는(unacceptable) 사건’이라고 말한 것에서 제목을 따 왔다. 이 게임에서는 직접 만든 캐릭터도 등장한다.

페덱스 직원이 던지는 박스를 쏴야 한다 (...)
페덱스 직원이 던지는 박스를 쏴야 한다 (...)

실제로 게임을 만들어 보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내가 디자인을 못한다는 점? 내 머리속에 있는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 절대 그대로 나오지 않더라. 물론 다른 디자이너들이 잘해 주었지만, 잘한다 못하다의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내 생각과 다르다는 그런 말이다. 그래서 방학 때 그래픽을 배우려고 학원도 등록했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사물놀이 할 기세다. 수업을 들으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뭔가 이전에는 자기소개서에 특기나 취미를 쓸 거리가 없었는데, 이제는 뭔가 쓸 거리가 생긴 점?

그 쓸 거리라는 게 코딩, 개발… 이렇게 되는 건가 그럼?

그렇다.

참고로 이건 편집자 자소서
참고로 이건 편집자 자소서

그럼 반대로, 게디문을 들으면서 잃은 것이 있다면?

일단 밤낮이 바뀌었다. 조모임이 한창이던 3주 동안은 하루 평균 두 시간씩 잔 것 같다… 3주를 그렇게 사니까 자는 시간이 이상해졌다. 언제는 낮에 졸리고 언제는 새벽에 졸리고…

흔한 증상이니 괜찮다. 마지막으로 수업을 한 학기 동안 들으면서 느꼈던 간략한 소감을 말해 달라.

역시 대학 수업은 팀원을 잘 만나야 한다는 걸 느꼈다. 이번 학기에 들었던 다른 수업의 경우에는 -물론 무슨 수업인지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대학 생활 내내 겪었던 조모임 중 가장 하드코어했다. 반면 게디문은 조원들을 잘 만나서 좋았다.

예비 새내기들은 명심하자
예비 새내기들은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