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겜덕은 나야”

익명 (??전공, ??학번)

  • 이번 학기에 유독 정말 게임 잘하는 애들이 많이 모였어요. 자존심이 있는 친구들이 모이는 듯한 느낌이랄까? 막 게임만 하면 눈빛이 달라져.

    정새해 조교
    정새해 조교인터뷰 中, 이번 학기의 소감을 묻자

비록 게임에 대해서 공부하는 수업이라 하지만, 올해의 게디문 수강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겜덕력을 자랑했다는 증언이 있었다. 그래서 수강생 중 최상위 티어의 겜덕을 모셔놓고 추궁(?)해보았다. 이 겜덕은 나름 ‘그 분야’에서 알려진 인물이라 익명을 요청했다. 내 현실과 온라인 게임이 인터뷰에 침식당하기 시작해서 위험해

<게임 디자인과 문화>(이하 게디문) 수강생을 대표하는 겜덕으로서 모두의 압도적인 추천을 받았다. 덕력 자랑 좀 부탁한다.

그냥 게임 많이 하는 겜덕이다. 컴퓨터를 세 살 때부터 만졌으니 피씨방에서 청춘을 보냈던 웬만한 남자들보다 내가 게임을 더 많이 했을 거다. 기억은 잘 안 나는데 그 무렵에도 열심히 PC 게임을 했다는 증언이 있다.

역시 될성부른 게임은 트레일러부터 다른 건가. 그러면 기억에 남는 게임은 무엇인가?

아마도 바람의 나라? 8, 9살부터 한 것 같다. 예전에는 꼬꼬마들이 캐시템 질러도 보안이 취약해서 그냥 집전화로 충전이 됐다. 아홉살 꼬꼬마가 게임을 하겠다는 일념 하에 10만원을 결제하고 당연히 엄마한테 뒤지게 맞고 접었다.

그 다음 타겟은 메이플이었다. 거기에 아빠가 미국에 출장을 다니면서 사오신 플스2로 콘솔게임도 시작했다. 게임을 하도 하다 보니 엄마, 아빠는 ‘쟤 정말 중독자 아닌가’ 싶으셨나보다. 맨날 키보드 뽑아버리고 다시 찾아내서 게임하는 흔한 일상이었다. 그때까진 사실상 캐쥬얼한 부류의 게임들을 하드하게 플레이한 느낌?

그러다가 LOL이 나왔다. 대학 새내기 때 처음 시작했는데 쉽지 않더라. 욕이 난무하는 곳이었다. 한 번 실수하면 개가 되고 두 번 실수하면 부모 없는 자식이 되고. 하하. 너무 화가 나가지고, ‘이건 참을 수 없다’ 싶었다. 그래서 LOL을 2주 동안 필기해 가면서 공부했다.

웬만해서는 이런 말 잘 하지 않지만...
웬만해서는 이런 말 잘 하지 않지만...

욕을 얻어먹고 멘탈 승천하면 접는 게 보통 아닌가? 필기는 수업시간에 좀 해라

시끄럽다. 아무튼 백여 개 정도 되는 챔피언들의 스킬 쿨타임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스킬 설명들도 다 독파했다. 각 라인의 상성도 다 찾아보고 정리를 하고 외웠다. 그리고는 게임을 계속 돌리고 잘 하는 사람들 방송도 보고 그랬더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캐리하기도 하고, 재미가 붙더라. 그때부터 하루에 열 번씩 소환사의 협곡 관광을 돌았다.

그러다 LOL 대회에도 나가서 준우승했다고 들었다.

사실은 랭겜에는 별로 욕심이 없었다. 어쩌다가 우연히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게 됐는데 알고 보니 온게임넷 대회였고, 뭐 그랬다. 한 번 이기니까 계속 이기고 싶고, 좀 되는 듯 싶으니 상금까지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팀원들 중에서 판을 짜고 오더를 맡기도 했고, 게임과 방송 둘 다 하고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경험이었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주 포지션은 뭔가.

탑신병자라고 해 달라. 원래 올라운더인데 대회 때는 탑라이너가 흔하지 않아서 탑을 갔다. 보통은 모든 챔피언을 거의 다 다룬다.

거기에 요즘은 스팀도 한다고 들었다.

롤 같은 게임을 하드하게 하다 보면 또 하드하게 하는 사람을 만나고, 정보를 얻게 된다. 거기서 누군가가 좋은 거 있다고 유혹하는 마약상처럼 “스팀이란 게 있어서, 거기를 통해서 게임을 사모은다”고 알려줬다. 처음 계정을 만들고 그린라이트에 투표하면 게임을 받는 이벤트에 참여했는데, 거기서 문명을 받았다.

= LOL + 문명 + 스팀
= LOL + 문명 + 스팀

스팀도 겜덕을 제대로 알아본 것 같다.

문명을 하고 나서 문명하셨습니다 ‘아, 이거 되게 메리트가 있는 플랫폼이네’ 싶었다. 기존의 CD게임은 혼자서만 하다가 질리면 버리는 거였는데, 스팀으로 하니까 공유도 하고 다른 사람 정보도 볼 수 있으니 좋더라.

뻥같지만 리얼팩트
뻥같지만 리얼팩트

현재 스팀 라이브러리에 게임은 몇 개나 있나?

별로 없다. 한 칠십 몇 개 정도?  그냥 정말 하고 싶은 게임만 산다. 2천 개씩 게임 구입하고 인증샷 찍어 올리는 사람들에 비하면 별 거 아니다. 나 겜덕 아니라고

왜냐면 저도...
왜냐면 저도...

그럼 하드코어 게이머로서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보니 어떻던가?

생각하는 걸 구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코딩과 디자인 요소가 필요하고, 그걸 일일이 구현할 수 없다는 거에 대해서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개인과제로 구현했던 개복치 슈팅게임 같은 경우에는 상어가 랜덤으로 스폰이 되는데, 자꾸 그 코드만 넣으면 프로젝트가 돌연사해서 일주일을 질질 끌기도 했다.

개복치가 등장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개복치가 등장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들은 소감은?

영화 같은 경우에는 연출이나 제작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 대충 어떻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걸 어렵지 않게 체득했었다. 하지만 게임은 정말 괜히 게임이 멀티미디어의 끝판왕, 종합예술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던 것 같다.